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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중풍이 발병하면 응급처치로 손 끝에 피를 내야 한다는데
  • 작성자 : 광진한의원
  • 조회수 : 2889

손 끝에서 피를 내거나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등의 민간 응급처치 방법은 확실하게 그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풍이 발생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응급처치에 대해서는 여러 한의학 서적에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동의보감>에 자세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 에는 우황청심원을 비롯한 구급 약물을 복용시키는 것 외에도 특정 약물의 가루 또는 즙을 콧속에 불어 넣어 재채기를 유발하거나 입 안으로 흘려넣어 구토를 유발함으로써 정신을 각성시키고 기도 내의 분비물을 배출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언급되고 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구급혈에 대한 침 치료나 뜸 치료에 관한 언급도 찾아 볼 수 있으며, 침 치료를 통해 피를 내는 사혈 요법은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응급상황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말단 부분에서 피를 빼는 사혈 요법은 어딘가에 피를 낸다면 막힌 것이 뚫리리라는 발상에서 나온 듯하며, 막힌 기혈을 소통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사혈 요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예가 있고, 필자의 병원에서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혈 요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경우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사혈 요법이 혈압 및 체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필자의 병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손끝(십선혈)에 대한 사혈 요법이 아주 높은 고혈압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강하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중증도의 고혈압에 대한 혈압강하 효과라든지 체온 등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사혈 요법이 중풍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없기 때문에 손에 피를 내는 응급 처치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확실히 단정하기 곤란하다. 즉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처치법이므로 권할 것이 못된다고 하겠다. 오히려 심한 당뇨병 환자는 피를 낸 부위의 상처가 나중에 아물지 않아 고생할 수 있으며, 위생상의 문제로 감염증을 일으킬 위험성마저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한방의 구급법이 민간에 전해져, 실제로 중풍 발병 초기에 바늘이나 면도칼로 손발 끝에 피를 내거나 우황청심원 등을 복용하고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을 흔히 접한다. 그런데 우황청심원 등의 복용은 중풍의 흔한 증상 가운데 하나인 연하 장애(음식물을 삼키는 동작의 장애)오 인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한 위험성이 높다.
결론지어 말하자면, 중풍이 발병한 초기에는 환자 본인 및 보호자가 응급 처치를 시도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한방병원 응급실에 와서 전문의의 판단에 근거하여 사혈 요법이나 우황청신원 등의 투약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