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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조리에는 호박중탕이 좋다는데
  • 작성자 : 광진한의원
  • 조회수 : 3632

호박중탕은 생리적으로 우울하고 땀이 나는 산모의 회복을 오히려 더디게 할 수 있다. 출산 직후에는 오로의 배출과 자궁의 수축을 돕는 생화탕이 더 효과적이다.

호박중탕은 흔히 산후 부종을 빼는 산후 조리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후의 부종'이란 의학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다. 원래 부종이란 콩팥 기능의 이상으로 다리 쪽에 부기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임신중 세포 외액과 세포 내액이 늘어나서 전신이 붓는 산후 부기와는 다르다. 즉 산후에는 축축하다고 하는 습이라는 인자가 몸 안에 늘어나서 부기가 생긴다.

따라서 민간에 널리 알려진 늙은 호박의 이뇨 작용을 확대 해석하여 산후의 부기를 뺀다고 호박중탕을 복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출산 직후 생리적으로 증가되어 있던 신장 기능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갈 텐데 호박중탕을 복용함으로써 이뇨 작용을 더하는 것은 불필요한 처치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은 산후 우울증의 원인인 호르몬의 변화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산욕 1개월 후에도 소변 이상과 부종이 있었을 때 호박중탕을 복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출산 후 부기와 소변 이상의 치료에 이뇨의 방법을 쓰지 않는다. 임산부는 임신과 출산으로 기와 혈이 많이 부족한 상태가 되므로 기혈을 보충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또 <본초강목>에는 다량의 호박을 복용하면 각기(비타민 부족에 의한 각기가 아니라 다리에 기가 뻗친 것을 말하는 한의학 용어이다), 황달이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기체와 습저에는 사용을 금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각기는 습이라는 인자가 증가하면서 기의 순환에 장애를 가져와 발생하는 것이며, 황달은 축축한 '습'인자와 뜨거운 '열'인자로 인해 발병한다. 또한 기체는 기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서 한곳에 뭉쳐 있는 것인데, 이는 산후 우울증 등에 의해서 발생하기 쉽다. 습저는 출산 직후 세포 외액의 증가로 수분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생리적으로 우울하고 땀이 나는 산모에게 호박중탕을 복용시키는 것은 오히려 축축한 습 인자와 뜨거운 열 인자를 발생시켜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히려 출산 직후에는 호박이 아니라 오로의 배출을 용이하게 해주고, 세포 외액과 세포 내액의 배출을 도와주며, 자궁의 수축을 도와주는 생화탕을 달여 먹어야 효과적이다.
하지만 산후 조리는 생활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임신과 출산으로 생긴 피로를 충분히 풀면서 임신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산후 조리라 하겠다.